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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판관련 로판관련글쓰려는 사람입니다.처음이라 궁금한게많아물어봅니다.1.왕국기사계급?은 무엇이고 왕국기사는 어느계급부터 될수있나요?2.시녀장과 시종장의차이,그리고 사용인에 대한계급자세히
로판관련글쓰려는 사람입니다.처음이라 궁금한게많아물어봅니다.1.왕국기사계급?은 무엇이고 왕국기사는 어느계급부터 될수있나요?2.시녀장과 시종장의차이,그리고 사용인에 대한계급자세히 알려주세요
1:1 답변을 신청하시다니 제가 지금까지 쓴 답변에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단 인사를 먼저 드립니다. 로판 소설을 쓰려는 분들이 제게 1:1 질문을 많이 주시는데, 제가 우선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서양풍 로판이란 장르 자체가 중근세, 근대 유럽 사회를 고증하지 않았단 겁니다. 상수리나무 아래, 외과의사 엘리제, 언니 이번 생에는 내가 왕비야, 미스 펜들턴, 이 결혼은 어차피 망하게 되어있다, 시리즈 달항아리 작가 작품들 제외하고 대부분의 로판 작품들은 역사 고증을 하지 않아요. 고증이 흥행이나 작품성에 그리 영향을 주지도 않고요. 그래서 로판 작가 지망생들이 고증을 물어볼 때마다 '작중에서 설명만 되면 괜찮아요.'란 답 외에 해줄 수가 없습니다. 로판 장르의 세계관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워지고요. 하지만 이 답이 작가 지망생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하므로 전 나름 간략한 서양사와 로판 장르에서 해당 요소가 반영되는 양상을 답으로 드립니다. 이것이 자의적이고 체계 없는 로판 세계관을 그나마 잘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죠.
1.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질문에 쓰인 단어 '왕국기사계급'이 정확히 뭔지 모르겠습니다. '왕국기사'는 어느 계급부터 될 수 있냐고 질문하시는 거 보면 기사와 '작위'에 대한 오해가 있으신 거 같습니다. 봉건제를 이해하셔야 작위와 기사, 귀족 계급에 대한 의문을 해소하실 수 있을 겁니다. 봉건제란 중세 유럽의 정치적 시스템으로, 어떤 사람이 군주(왕 또는 황제)에게서 특정 땅과 그 땅의 주민들에 대한 여러 권리(세금을 거둘 권리, 각종 부역과 노동력을 명령해 제공 받을 권리, 재판할 권리, 사형을 선고하고 집행할 권리 등)를 확인받는 대신 군주가 요구할 때마다 병력을 제공하겠다는 계약으로 이루어집니다. 약속을 하면서 군주는 그 사람에게 '○○ 공작', '○○의 기사' 등의 작위를 주는 거고, 그럼 그 사람은 귀족(영주, 영주 귀족, 제후)이 되는 거죠. 귀족이 군주에게 보내는 병력에 본인이 동행하기도 하고 부하들과 영지민들을 징병해서 꾸린 징집군만으로 마련하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중세 유럽에서 모든 귀족들은 전부 군주의 기사입니다. 다만 그 귀족이 가진 타이틀(작위)이 '공작', '백작', '남작', '기사'로 명칭이 다른 겁니다. 작위 순서를 말씀드리자면 [(대공) - 공작 - (후작, 변경백 등) - 백작 - (자작) - 남작 - (준남작) - 기사: 가진 타이틀 종류가 기사뿐인 자들, 평귀족: 귀족의 후손인데 작위는 상속 받지 못한 자들]입니다. 여기서 괄호 친 작위들은 국가나 시대에 따라 없는 작위들입니다. 그래서 로판 작품들이나 시대극 작품들에 안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작위마다 역할이 다르지도 않고 높은 대귀족들은 보통 작위가 여러 개인지라(이런 경우에는 대개 제일 높은 작위로 그 귀족을 부릅니다), 자작 이하 귀족들의 영지는 작고 권한도 약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작위마다 명백한 차이가 있다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제가 '왕국기사계급'이란 단어와 1번 질문 잘 이해 못한 원인이 이것입니다. 왕국이 배경이라면, 모든 귀족들이 이미 왕의 기사인데 어느 계급부터 왕국의 기사가 될 수 있다 없다가 갈리지 않으니까요. 로판 작품들 중에서도 '백작이면 왕의 기사고 자작이면 왕의 기사가 될 수 없다' 이런 서술을 하는 작품도 전 못 봤습니다. 왕국의 기사단이나 '왕실기사단'이란 단체에 가입하는 것에 작위 종류에 따라 제한을 둔다던지 하는 걸 여쭤본다면 실제 역사에 있던 기사단마다 다 다를 테니 답해드리기 어렵습니다. 로판 작품들에서는 종종 '왕실기사단에 가입하려면 대귀족/명문가여야한다'란 서술을 본 것 같긴 한데 거기서도 구체적인 작위 수준을 기준으로 삼은 건 읽은 기억이 없어요.
2. 사용인의 계급도 시대마다 국가마다 다 다른데 보통 로판에는 19세기 후반(특히 1890년대) 영국을 배으로 나옵니다. 이에 대해서는 교양 만두란 유투브 채널의 '200년 전 영국 소녀들의 워너비 직업, 19세기 커리어 우먼 메이드'와 '영국 집사로 취업하는 법'이란 영상도 시청하시고 image
위 사진도 보시면 딱 이해가 갈 겁니다. 관리인이자 가장 높은 고용인으로서 대우 받는 하우스 키퍼(로판에는 '하녀장'이란 캐릭터로 등장) 밑에 헤드 하우스메이드(사실 '하녀장'이란 명칭은 이거에 더 맞습니다. 로판 작가들이 하우스 키퍼랑 헤드 하우스메이드를 잘 구별 못 해서 하녀장 캐릭터들은 이름은 헤드 하우스메이드인데 위엄이나 영향력은 하우스 키퍼로 나와요)가 있고 그 아래 여러 집안일을 하는 하우스 메이드, 빨래를 하는 런더리 메이드들이 있죠. 이건 주방 외의 구역에 해당하고, 주방 고용인들의 계급을 설명하자면, 주방에서 제일 높은 자들은 요리사cook이고 헤드 하우스메이드 밑이라지만 주방이란 공간의 특수성으로 더 권위를 인정 받는 편입니다. 그림에는 남자로 나오는데 쿡이 여자인 경우도 있어요. 그 아래 키친 메이드, 데어리dairy(버터나 치즈 같은 발효 유제품이나 주류, 음료 등을 만드는 특별한 공간. 주방이랑 구별되는 곳)에서 일하는 데어리 메이드, 잡일하는 스커럴리 메이드들이 있죠. 스커럴리 메이드들이 가장 나이도 어리고 지위도 낮습니다. 남성 고용인들은 여자들보다 임금을 많이 받고(19세기 중후반에서 20세기까지 여성 노동자들은 직종 불문하고 거의 다 같은 직업을 가진 남성들이 받는 임금의 50%~70%만 받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여성 고용인들보다 수가 적습니다. 공장, 농장, 항만, 광산 등 여성보다 남성 노동력을 필요로 하는 일자리들이 더 많은 것(항만이나 배에서 하는 일은 힘이 많이 들어가 남자만 받고, 19세기 후반에 이르면 남성보다 훨씬 싼 임금으로 여성 노동력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 의식을 느껴 여러 나라들이 광산에서 여성 노동자 고용을 아예 금지하고 공장에서는 여성 노동자의 노동 시간에 제한을 걸기도 하고요)도 그 원인이고요. 집사(버틀러butler) 밑에 마부(카우치맨couchman), 풋맨footman(손님맞이에서 주로 일하는 남성고용인. 풋맨의 여자 버전이 팔러 메이드parlor maid입니다)이 있고 풋맨 사이에서도 퍼스트 풋맨, 세컨드 풋맨으로 차이를 둡니다. 남성 고용인 중 제일 낮은 건 스커럴리 메이드의 남자 버전인 스커럴리 보이와, 홀보이hallboy(붓보이bootboy라는 하인들도 있는데 하는 일이 홀보이랑 비슷합니다)입니다. 위 그림에서 분리 된 이들이 있는데 바로 시종valet과 시녀lady's maid입니다. 한국 로판들은 시종, 시녀를 하인, 하녀와 구분하지 않고 용어를 남용하고(시녀장, 시종장이란 명칭 자체가 레이디스 메이드와 하우스 키퍼, 헤드 하우스메이드, 발렛과 홀보이를 잘 몰라서 나온 말이에요) 복장도 이상하게 디자인합니다. 본래 서양사에서 시종과 시녀는 하인, 하녀와는 다른 존재입니다. 왕족과 대귀족의 시종과 시녀들은 전부 다 귀족입니다. 낮은 귀족들이나 부르주아들은 하인들과 하녀들을 교육해서 시종, 시녀로 쓰지만 시종, 시녀는 하인, 하녀와는 하는 일도 대우도 다릅니다. 시종, 시녀들은 힘든 가사나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하는 힘든 일 안 하고 모시는 사람의 환복, 화장, 헤어스타일 등을 맡고 하인, 하녀들보다 매우 좋은 대우를 받고 특권을 누립니다. 왕족이나 엄청난 고위 귀족의 저택에서 일하는 게 아닌 시녀, 시종들은 모시는 집에 자식이 많으면 대개 한 명이서 둘 이상의 아가씨나 도련님을 모시고요. 다만 사용인들을 이 종류대로 다 고용하는 건 유독 돈 많은 부호나 고위 귀족들에 한해서고 대부분은 하우스 메이드한테 빨래도 시키는 등 여러 일을 하게 합니다. 인건비가 낮은 시대라 그리 부유하지 않아도 하녀를 고용하는 게 흔해서 위의 일들 웬만한 거 다 하는 메이드 오브 올 워크스maid of all works란 하녀들도 많아요. 빅토리아 시대 여성 고용인의 삶을 잘 알 수 있는 만화로는 수준 높은 고증으로 유명한 일본 만화 <엠마>와 넷플 드라마 <다운튼 애비>의 에드워디안 시대 하녀의 삶을 조명한 에피소드를 추천합니다(읽고 보다보면 하녀들이 불쌍해 보이고 피고용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고용시장에 분노하게 됩니다).